수학교실

지식기반사회와 수학교육의 개선방향

nagne109 2010. 3. 24. 14:05

지식기반사회와 수학교육의 개선방향]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학습부진의 원인

고교생들이 수학 학습에 곤란을 겪는 주된 원인은 이전 단계의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수학적 개념들 간의 관련성 파악 부족이다. 이 글에서는 그 원인을 수학적 지식의 본질적 특성의 측면, 학생들의 학습방법, 지도방법, 교과서의 수준, 교과서 분량 및 학습시간 부족, 교과서 서술방식, 교육체제, 학생들의 성향 차이, 학습의 필요성 인식 부족 등 9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박 선 화 / 수도여고 교사


초·중등학교 수학 교육의 목적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더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에 필요한 수학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적 능력이란, 필요한 곳에서 적절한 수학적 지식과 방법을 이용하여 당면한 사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제4차 교육과정 이후로는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계속해서 수학의 범위를 줄이거나 난이도를 낮춰왔고, 학생들의 학습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도 상당히 낮아졌으며,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받는 학생들이 주로 배우는 과목도 수학일 정도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수학을 가장 어려워하고, 흥미와 자신감을 잃고 포기하고 있다.


실제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학년 2학기가 되면 문과 학생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수학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잠을 자거나 잡담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들어도 모른다’는 반항적인 응답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그나마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수학 학습에 흥미를 느끼거나 그 내재적 필요성을 깨달아서라기보다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공의 발판으로 인식되는 대학 진학에서 수학 과목이 그들의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에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 형편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수학교육계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수학적 능력을 찾아보고 모든 학생들이 이를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법을 찾는 것과 현재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매우 어려워하고 흥미와 자신감을 잃고 있으며 학습을 포기하는 현실의 원인을 찾고 이에 대한 교육적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학 학습에 곤란을 겪는 원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원인 분석에 이어 그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하지만 지면의 한계로 이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정의와 공식 암기후 단순적용만 반복


학생들이 수학 학습에 곤란을 겪는 주된 원인은 이전 단계의 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수학적 개념들 간의 관련성 파악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수학적 지식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본래 수학적 지식은 매우 체계적이고 구조적이며 단계적이기 때문에 기초 단계의 지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상위 단계의 개념을 학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거의 모든 단원이 상호 관련성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결손되면 다른 부분의 학습에서도 한계를 갖는다.


또한 수학적 지식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된 정신적 개념을 다루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책이 2권 있다고 해서 그것이 수 2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수 2는 책이 2권, 연필 2자루, 학생 2명이 있을 때 이들 사이의 공통된 특성을 추출하여 만든 개념이다. 추상적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의 학습이 구체물이나 실제 상황에서 직접 지식을 추출하는 분야의 학습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히 고등학교의 지식 수준은 이미 여러 단계의 추상화를 거친 것으로 그만큼 현실로부터 멀어져 있고, 학생들의 직접 도달 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의 수학 학습 방법의 문제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적인 개념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문제와 관련지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의 정의와 공식을 외우고는 단순 적용을 반복하는 형태로만 공부하고 있다. 한 가지 개념을 배우면 그것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 다른 개념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어진 조건이 바뀌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어떤 조건이 핵심적이고 필수적인지, 그와 관련된 개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탐구하여 자신의 내부적 지식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과서나 문제집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보면서 문제의 풀이를 암기하려고 하지, 그것을 자신이 이해한 개념과 맞추어 생각하려고 하질 않는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한 정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라는 원의 정의를 배우고 교사와 함께 원의 방정식을 유도해 보았다면, 학생들은 그 후 그 식을 외워 적용하려 할 뿐, 자기 힘으로 다시 한 번 유도해보고 이 공식을 유도하는 데에 필수적인 지식이 무엇인지, 한 정점이 원의 방정식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같은 거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학습을 하지 않는다. 이런 탐구과정을 거쳐야만 원의 방정식이 주어지면 언제든지 원의 중심과 반지름을 알아 낼 수 있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또한 더 응용된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수학을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해 보는 형태로 공부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수학을 공부해도 학습의 진전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아무리 우수한 교사 밑에서 배우고 있고, 개인 교습을 받아도 실제 성적은 그다지 많이 향상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고 발견하고 판단하여 자기 내부에 정리하여 정착시키는 학습 경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별 학습지도가 불가능한 교육여건


셋째, 수학의 지도 방법의 문제이다. 학생들마다 개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수준과 속도가 다르다. 이는 수업 직후에 형성 평가를 실시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은 교사가 설명해준 그대로 받아들여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교사의 설명을 재해석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같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교사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학습을 개별적으로 모니터하고 피드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면담이나 개별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와야만 학생들이 자신의 사고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해를 개선해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사들이 이런 개별 지도에 치중한 학습지도를 실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복습이나 훈련은 학생 자신에게만 맡겨져 있는 상태이다.


넷째로는 수학 교과서 수준의 문제이다. 현재의 수학 교과서는 획일적인 형태로만 제시되어 있어서 각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게 반복 연습하고 점진적으로 심화 탐구할 수 있는 체계로 되어 있지 않다.
학생에 따라서는 단 한 문제만 풀어보아도 그 개념의 핵심을 파악하고 응용하는 능력까지도 갖춘 학생이 있는가 하면, 같은 유형의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보아야 겨우 핵심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학생도 있다. 이를 고려했다고 하는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도 시늉만 냈을 뿐 학생 개인별 특성에 맞는 개별학습의 측면은 적절히 고려되어 있지 않다.


특히 학생들의 관심의 초점인 수능시험 문제는 교과서의 내용을 충분히 알고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현재의 교과서만 공부해서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수능시험에서 3분에 한 문제씩 풀어야 한다. 이 시간은 학생들이 그 순간에 자신의 지식을 종합하여 풀이 방법을 발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사전에 비슷한 수준까지 학습이 이루어져 있어 한 눈에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식을 세워 풀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교과서만으로는 충분한 수학적 개념의 이해를 이룩하기도 어렵고 수능 대비에도 불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집을 풀어보아야만 하고, 혼자서는 그 문제집을 이해하고 진전해 가기 어려우므로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청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 끝내야 할 교과서를 2학년까지 모두 가르치고 3학년 동안은 수능시험에 맞춰 수업 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섯째로는 교과서의 분량 과다 및 학생들의 수학 학습 시간의 부족 문제이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의 경우 수학 교과서의 분량은 해답 부분을 빼고 약 300쪽이다. 1주에 4시간씩 34주간 수업을 하며, 시험이나 학교 행사, 공휴일을 제외하고 나면 약 110시간 정도 수업을 한다. 그렇다면, 1시간에 평균 3쪽을 나가야 한다. 연습 문제나 종합 문제 부분은 한, 두 쪽만으로도 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수업은 한 시간에 4쪽씩 나가야 한다. 4쪽의 분량이면 새로운 개념이 도입돼 공식을 유도하고 그에 대한 심화 응용 문제 학습까지도 끝나야 하는 시간이다.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 시내 평균적인 수준의 인문계 고등학교의 경우 이 속도로 나아가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이 근근히 따라오는 정도이다. 즉 이 속도대로 진도를 나간다는 것은 이미 교사가 절반 이상의 학생들을 포기한 채로 수업을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연역적이고 형식적인 교과서 기술


여섯째, 교과서 서술 방식의 문제이다. 현재의 교과서는 학습자 스스로 탐구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교과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사의 학습 지도를 돕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지도 않다.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의 교과서는 단지 수학의 형식적 특성에 따라 개념의 정의 소개, 예제 및 예제와 같은 유형의 문제 제시라는 연역적인 패턴으로 서술되어 있다.


교과서의 서술 방식이 이러하다보니 실제 교사의 수업이나 학생들의 개인적인 학습도 이 방식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 수학의 연역적 구조를 단순히 뒤따르는 형태로만 학습하였을 경우, 학생들은 정의를 암기하여 그 정의를 그대로 적용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다른 개념과의 관련성은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 암기 지식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개념과 적절히 관련지어 이해되지 못한 지식은 다른 개념과 함께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해결해야 하는 문제나 그 개념이 간접적으로 문제 안에 내포되어 있는 경우 그 개념을 사용하기가 어렵고 또한 단순 암기된 지식은 오래 기억되기 어려우며, 왜곡되어 기억되기가 쉽다. 또한 모든 수학적 개념을 그런 식으로 학습하게 되면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양이 너무나 엄청나게 되고 따라서 수학 학습을 제대로 진전해 가기가 어렵다.
수학은 마치 감자줄기와 같아서 하나만 기억하면 다른 것은 그 줄기에 엮여서 줄줄이 따라 나오는, 지식의 연결성이 매우 강한 지식이고 그것이 수학적 지식의 중요한 매력이다. 수학 학습에 흥미를 느끼는 많은 학생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 중의 하나도 이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서로서로 연결지어 이해하지 못한 지식은 사용되기 어려운 죽은 지식이나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잘 이해하고 학교 성적도 비교적 우수한데도 수능시험처럼 응용된 문제 상황에서는 관련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손도 못 대는 원인도 이와 관련이 있다.


특히 연역적이고 형식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교과서는 수학적 지식과 일상 생활이나 다른 학문이나 분야의 관련성을 잘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수학과 관련된 분야의 학문이나 직업을 선택하는 학생이 아닌 한 수학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


일곱째로는 현 교육체제의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체제에서는 학생들이 일정 기간을 학교에 출석하여 수업을 받기만 하면 자동으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한다. 각 학년에서 배워야 할 지식을 어느 정도 소화해냈는지는 전혀 진급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전혀 지식을 갖추지 못한 학생도, 심지어 1년 내내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도 자동적으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게 된다.


물론 7차 교육과정에서는 이럴 경우 유급시키도록 하고 있지만 보충 수업을 들으면 진급시켜 주도록 함으로써, 실제로는 건성으로라도 보충수업에 앉아 있기만 하면 진급이 가능해지므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덟째로는 학생들의 성향 변화를 들 수 있다. 수학은 추출된 단일한 개념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련성을 구조화하고, 여러 개념을 종합하여 논리적 추론의 계열을 완성하여야 하므로, 끈기와 인내, 깊은 사고력과 논리적 추론력을 필요로 한다.


영상 세대적 특성 등 학생 성향 변화도 한몫


반면 소위 ‘영상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즘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TV나 비디오, 영화 등을 통해 시각적 매체에 익숙하고 이런 매체의 특성 - 모든 정보가 종합적으로 동시에 주어지는 형태를 가진다. 즉 사고를 하여 결과를 추론하지 않아도 눈앞에 이미 모든 정보가 놓여져 있어 즉각적인 판단이 이루어진다. - 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깊이 생각하여 그것을 길게 연결하여 추론의 계열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매우 답답하고 지루해한다.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파악되고 대답되어야 한다. 이러한 특성이 강한 학생일수록 수학 공부하는 데에 진력이 나고 쉽게 싫증을 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수학 학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연히 나중에 전공이나 직업 분야에서 필요할 것이라고 하기 때문에 배우고는 있으나 그 지식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어떻게 관련되는지 모르는 채로 배우고 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채 남들이 가라는 대로 이리저리 가야 한다면 그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에 훨씬 어려움을 느끼고 더 빨리 지쳐 포기하기 쉽듯이, 수학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이상과 같이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학습 부진의 원인을 아홉 가지로 나누어 알아보았다. 이러한 원인을 치유하거나 현 상황을 개선하는 일은 학생과 교사, 그리고 교육 관계자 및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도움과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하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래 세대로서 우리의 삶을 이어나갈 후손들인 학생들이 보다 행복한 미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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