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접한 나무는 감나무였을 것이다
우리 고향에는 어느 집이나 감나무가 없는 집은 없었다
꽃이 필 때에는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놀았고 감이 익지 않은 상태에서 떨어진 것은
주워서 소금물에 담궈 떫은 맛을 빼고 먹었다
가을의 홍시, 겨울의 곶감은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알다시피 감꽃은 조그만 꽃병 모양으로 노란색이다
잎은 타원형으로 윤기가 난다
요즘 우리 고향에서는 감말랭이, 감식초는 물론 감 와인까지 만들어 소득을 올리고
있고 홍시쥬스라 하여 홍시를 갈아 쥬스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감나무는 목재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 꽃은 노랗고(黃) 열매는
붉으며(紅) 곶감은 희다(白)
그래서 오행(五行)을 모두 갖춘 나무로 꼽힌다
당나라의 한 시인은 감나무의 덕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수명이 길고 좋은 그늘을 제공하며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꾀지 않으며 단풍이
붉어 곱고 열매가 맛있으며 잎이 넓어 글씨 연습을 할 수 있다고.
또 다음과 같이 절의를 고루 갖춘 나무로 꼽기도 한다
잎이 넓어 글시 연습을 할 수 있고(文), 가지로 화살대를 만들며(武) 열매의 껍질과
속이 같은 색이라 표리동일하며(忠)
열매는 서리가 내려도 가지에 매달려 있어 절개가 있으며(節) 이없는 노인이라도
무른 홍시는 먹을 수가 있다(孝)
위의 지적들은 감나무가 그만큼 소중히 여겨져 온 나무라는 반증이다
감나무는 우리 생활과 너무 밀접하게 관계를 가져 온 나무라 일상생활에서도
감나무가 거론되는 말들이 많다
예를 들어 노력을 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는 사람을 두고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앉아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고 하고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하는 사람을 두고 <곶감이나 건시乾枾)나>라고도 한다
감나무의 감즙은 염색에도 쓰이는데 옷에 감물을 들인 것을 갈옷이라 한다
제주도에서 많이 보이는 갈옷은 질기고 방수가 되어 일하는데 입기로는 그만이라고
한다
감에는 탄닌이라는 성분이 있어 많이 먹으면 변비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반대
효과로 설사를 멈추게 하기도 한다
또 골프채의 머리 부분 나무도 감나무를 쓴다
흔히 보이는 감나무에도 이야기거리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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