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
혼자만 잘 살믄 무슨재민겨
이책은 2002년도에 사서 한번 읽은 책이다.
편지형식으로 되어 있는 일종의 수필집이라고 할까?
마음에 집히는 구절을 적어본다.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다.
*세월이 가는 걸 본 사람도 나무가 크는 걸 본 사람도 없는데 세월은 가고 나무는 자랍니다.
*寒凝大地發春花 -노신
*耕讀의 일체화
*염통에 쉬쓰는 (구더기 생기는) 줄 모르고 손톱 밑에 가시 든 줄은 안다
*인간만이 남의 흉내를 내기 위해 안달을 하고 그걸 못하면 좌절하는 것 같아요
*인간의 됨됨이는 설거지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참답게 사는 길을 처음부터 단번에 알지는 못한대요. 한평생 그 길을 찾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 참답게 사는 길이라고 합디다.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건 비단 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래 다른 분의 감상을 퍼왔다.
고집쟁이 농사꾼의 혼자사는 이야기>
전우익 저 | 현암사 | 1993. 5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입니다. 2002년 10월에 개정증보판으로 나오면서 표지에 큼지막하게 광고용 도장을 찍었네요. 시집 한권 정도의 얇은 두께에 글씨도 큼직큼직해서 내용이 많지는 않아요. 전우익 선생이 89년말부터 91년말까지 한 스님께 보낸 편지들을 엮어서 책으로 낸 것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 아니껴.” 라구요. 즉 혼자만 잘 사는 것 보다는 여럿이 재미있게 같이 살자!! 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전우익 선생이 가장 많이 부르짖는 것은 물질문명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는 인간에 대한 경고입니다. 김국환씨가 외쳤듯 “태어나서 옷 한 벌 걸쳤으면 그걸로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어요.
농사를 지으며 자연으로부터 큰 가르침을 배우고, 검소한 생활로 사색과 깨달음의 삶을 살고자 하는 선생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름과는 반대로 좌익적인 사고를 지니고, 젊은 시절에도 좌익 활동을 했던 선생이기에 자연으로부터의 가르침을 사회문제, 농촌문제, 정치문제에 연관해서 인간들의 추한 모습을 꼬집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는 전 좀 거부감이 느껴지네요. 저도 어느 정도 좌익적인 사고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요즘같이 정치의 “정”자만 들어도 신물이 나도록 정치인들끼리 밥그릇 싸움 하는 작태를 보면서 자연스레 정치를 외면하게 되더니, 이런 약간의 정치색을 띤 글만 봐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요.
농산물 개방과 무능한 정부의 대책으로 무너져 가는 농촌을 보고 농사꾼이라면 당연히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 현실 문제를 외면했다면 현실감 없는 낭만주의자로 제가 낙인을 찍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그냥, 자연으로부터의 가르침을 소박하게 읊조려 나갔다면, 자연을 사랑하고, 농촌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선생의 소중한 마음이 가슴 깊이 전달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