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지

관리자가 자기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

nagne109 2011. 6. 10. 08:33

 

 

 퍼운글

군대 당번병을 하다보면 모시는 상사의 공적인 부분은 물론 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당번병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 평가는 상대적으로 신뢰가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꽤나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군생활 시절 모셨던 분들 중에서는 최악은 없었고 최소한 보통이상에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도 많으셨죠.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군 지휘관이 되면 정비대에서 지원을 받는 군용차량이 있습니다. 당연히 전담 운전병도 배치되죠. 그 외에도 사적인 용무에 사용하는 승용차도 대개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군용차량뿐만 아니라 승용차까지도 정비대에서 주유를 하는 것이죠. 일종의 공금횡령과 비슷한 성격이라고 할까요. 지금은 고쳐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런 짓을 하는 장교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운전병이 새로 부임한 지휘관의 승용차에도 습관적으로 주유를 하다가 지적을 받았습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이니 승용차의 기름은 밖에서 직접 주유하도록 한 것이죠. 그냥 모른척 은근슬쩍 넘어갔다면 돈이 굳었을텐데 스스로 모범을 보였고, 그 부대를 떠날 때까지 그 지시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관리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 중 22번째 실수는 먼저 규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 규율이라고 한다면 그걸 뿌리채 흔드는 것이 바로 윗물이 흐린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횡령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의 비품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고, 그것도 모잘라 부하직원을 가정사에 사적으로 동원하는 일 등등.. 당장 편하자고 그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가는 결국 자기 권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해서 결국 허수아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자가 직접 규칙을 어기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친인척 또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실수를 할 경우 이중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그것 역시 나중에 큰 화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읍찹마속이라는 말이 괜히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이 아니죠.
 
이 책은 관리자가 조직을 말아먹는 30가지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일개 직원은 자기 일만 충실히 하더라도 중간은 간다면 관리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관리자는 이름에서도 나와있듯이 자기가 일을 직접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일을 잘 하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랫 사람의 일처리가 답답하다고 일일히 자기가 뛰어들어 마무리한다면 절대 사람을 키우지 못하고,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 관리자는 결국 한계에 부딪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관리자의 실수는 일개 직원의 실수와 비교했을 때 질적인 면에서나 그 파장의 범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컨셉은 나쁘지 않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의 관리자(manager)는 팀장급 관리자, 중간관리자, 경영자 등 부하직원을 둔 모든 상사를 지칭합니다. 그리고 목차를 자세히 보세요. 하급관리자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실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고위 간부나 심지어 CEO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실수도 있습니다. 관리자라고 할지라도 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분야라면 자극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시큰둥해지기 쉬울 것같네요. 이런 혼란은 외국과 국내의 현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에선 팀장이 자신의 팀원에 관해서는 고용(채용과 해고), 승진, 인센티브 등 권한이 막강하다고 들었거든요.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팀장이라고 해서 그정도까지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출간본에서는 이렇게 뭉뚱거려 책을 만들기보다는 최소한 중간관리자와 CEO는 구분해서 정리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쨌거나 누군가의 모범이 되어 관리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지금보다 좀더 나은 역량을 쌓기 위해서 필요한 가이드라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저야 능력도 안 되고, 사람들과 부대낄 생각도 없지만 그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잘 발휘해 많은 분들의 성공을 돕는다면 거기에 대한 보람도 남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2009년 2월 9일
북코치 권윤구( www.bookcoach.kr )의 1130번째 북코칭(2009yr 39th)
  
인상깊은 구절 : 아버지 회사에는 배달차량에 연료를 채울 목적으로 설치해둔 휘발유 탱크가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출자자들, 그리고 그들의 직계 가족들은 ‘회사 주유소’에서 개인차량에도 기름을 넣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가족들은 개인차량에 일단 연료를 채우는 즉시 차에 넣은 휘발유의 양과 가격을 관리일지에 적었다. 아버지는 만약 우리가 제도를 악용해 개인적 용도로 휘발유를 공짜로 사용하면, 직원들이 보고 따라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도둑들은 자신의 부정직한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변명하는 법이다. 만일 CEO 및 관리자가 직원들의 절도를 예방하고 떨어진 업무의욕을 회복시키고자 한다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해야 한다. CEO나 관리자가 저지르는 절도행위를 목격한 직원들은 자신의 절도행위를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사장도 도둑질을 밥먹듯이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야?”
  
관리자가 직원들의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관리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투수가 같은 방식으로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것과 같다. 유능한 관리자는 직원들의 재능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에서 적절한 관리를 도모하는 관리자이다. 수동적인 성향의 직원은 강압적인 관리방식에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부드러운 방식으로 접근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성격이 다소 건방진 직원에게는 공격적인 관리방식이 먹혀들 수 있다. 직접 말로 해야 지시를 따르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문서를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인 직원도 있다. 노골적으로 자극해야 업무 성과가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성적인 배려를 해 주어야 잘하는 사람도 있다. 직원들 중에는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급한 마음에 일 처리가 허술한 직원도 있다. 이처럼 기업의 구성원들은 성향, 재능, 기질, 실력, 태도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직원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회사관리에 무리와 차질을 빚어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