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이 내렸던 의사결정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아니, 저렇게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나?"라는 말을 했던 경험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심리속에 감추어진 '심리적 '저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웨이'라는 심리적 저류의 원인과 대안을 안다면, 우리의 사고와 생활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심리적 저류가 있다
'스웨이(sway)'는 그 뜻이 동사로는 (의견이나 마음이) 동요하다, 흔들리다, 지배하다, 권력을 휘두르다, 명사로는 동요, 흔들림, 좌우함, 세력, 지배력, 영향(력)입니다.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이 내렸던 의사결정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아니, 저렇게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나?"라는 말을 했던 경험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CEO라면 아마 이러한 경험이 더 많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조류를 '거슬러' 헤엄칠 수 없습니다. 아무리 건장한 수영선수라도 그 조류의 힘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에게 그러한 심리적 저류가 있습니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라고 권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선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이 보이지 않는 힘에서 더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애당초 심리적 저류에 휩쓸린 원인이 우리의 본능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그러한 심리적 저류들을 다음과 같이 8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책을 제시합니다.
8가지 심리적 저류
-위험부담이 클수록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다 첫째는, 잠재적 손실과 손실기피의 상관관계입니다. 경제학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고 우리를 나무랄지도 모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할 때 사람들은 잠재적인 손실을 피하고자 약간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그런데 잠재적인 손실이 클 경우 오히려 손실기피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위험부담이 큰 상황일수록 오히려 비이성적인 결정에 휩쓸리기 쉽다는 말입니다. 잠재적인 손실에 과잉 반응하거나,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선택을 내리기가 오히려 더 쉽다는 말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걸 감지하면 손실기피가 생겨 맹목적으로 원금 회복에만 신경을 씁니다. 증권가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손실 추격(chasing a loss)'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낭패를 초래합니다.
-집착이 피해를 부른다 둘째는, 손실기피와 집착의 시너지 효과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든 집착의 끈질긴 유혹을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특정 프로젝트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경우든, 좋지 않게 끝날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경우든 상황이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말입니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단순히 과거의 집착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집착과 손실기피는 각기 독립적으로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두 힘이 합쳐지면 과거의 틀을 깨고 뭔가 색다른 것을 시도해 보기가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예전에 투자한 사업이 환경이 바뀌어서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손실기피를 생각하면서 집착하는 경우가 참 많이 있습니다.
-기대치가 현실을 바꾼다 셋째는, 오감을 마비시키는 가치귀착의 최면입니다. 가치귀착(value attribution)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지각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어떤 특성을 부여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말합니다. 권위가 있는 사람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맹목적으로 따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조언은 무조건 무시합니다. 가치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정말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지나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2007년 1월 어느 날 아침, 랑팡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죠수아 벨로가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꺼내어 연주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빚어졌겠습니까?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일정한 가치를 귀착시키면 그 이후의 정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극적으로 변합니다. 기대치가 현실을 바꾼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장미에 다른 이름을 붙여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장미라고 부를 때와 똑같은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 넷째는, 객관적 데이터를 왜곡시키는 진단편향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별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도 의견을 바꿀 정도로 진단편향이라는 심리적 지배력에 취약합니다. 누군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아무리 짧은 내용이라도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끼칩니다. 기업들의 직원 채용에서 수행하는 직무 면접과 향후의 직무 성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얼마나 있을까요?
놀랍게도 거의 무관합니다. 첫 인상은 완전히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바와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사 매니저조차 실제 직무와 관련성 높은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꼬리표대로 행동한다 다섯째는, 카멜레온 효과입니다. 우리에게 어떤 꼬리표가 붙으면 자연스럽게 그 꼬리표대로 행동하기가 쉽습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러한 기대치의 반영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긍정적 특성대로 행동하는 현상) 또는 골렘 효과(부정적 특성대로 행동하는 현상)라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 두 가지를 포괄하여 '카멜레온 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예쁜 여자는 마음씨도 곱다?" "가슴이 뛰어서 사랑인가, 사랑이라서 가슴이 뛰는가?" 우리는 남이 나에게 부여한 특성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과정’이다 여섯째, 절차적 정의 속에 숨은 공정성의 이면입니다. 공정성에서 우리의 비이성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이것을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대접받는 방식(절차의 공정성)은 최종 결과에 대한 만족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칩니다.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의 뜻이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절차적 정의라는 심리적 지배력과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공정함을 정의하느냐는 문화권마다 다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바쁜 경우에도 프로세스 중간마다 팀원들을 적절히 참여시키면서 최신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게 바람직한 이유입니다.
-이타적 관점과 이기적 관점 일곱째, 이타중추를 장악하는 쾌감중추의 핵심, 기대감입니다. 동작이나 말을 통제하는 뇌 부위들과 달리 쾌감중추와 이타중추는 동시에 기능하지 못합니다. 둘 중 하나만 통제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타적 관점이나 이기적 관점, 둘 중 하나의 관점으로 과제를 접근해야만 합니다. 동기부여 연구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분석에 따르면 보상에 대한 기대감은 보상 달성 자체보다도 더 강력하게 쾌감중추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과학경시대회에서 우승한 아이를 디즈니랜드에 데려가는 것과 "과학경시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디즈니랜드에 데려가 주마"라고 미리 말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집단은 합리성을 왜곡시킨다 여덟째, 왜곡된 합리성을 만들어 내는 집단역학입니다. 사람들을 그룹으로 모아놓으면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심리적 힘이 그룹 환경 안에서도 거침없이 나타납니다. 사고의 합리성이 왜곡되고 절충됩니다. 아무리 자신이 독립적인 사고를 하고 신념이 확고부동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은 누구나 그룹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낍니다. 집단동조의 심리적 지배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지만 그 위력은 만장일치인 경우라야만 제대로 발휘됩니다. 집단동조라는 심리적 지배력을 깨뜨리는 데는 대다수의 의견과 '상이한(different)' 대답을 내놓은 다른 누구 하나면 족합니다.
심리적 저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그럼 상기의 심리적 저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요?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열쇠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기적인 변동 때문에 그것을 함부로 내팽개치지 않는 것입니다. 손실기피와 집착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함정에 더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보다 방향을 선회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가라앉는 배 위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입니다. "새 CEO가 영입된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가치귀착이라는 심리적 저류를 피하기 위해선 처음 받은 인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제든지 용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이나 사람의 가치에 대한 가정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귀착이라는 심리적 지배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감추어진 힘의 세계를 인정하라
진단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확정짓지 않고 잠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복잡하거나 때로는 상충적인 정보를 자유롭게 받아들이되,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 전에 시간을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진단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일종의 자발적인 '대기 시간'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공정성이라는 심리적 지배력에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가늠해보고 감정이나 도덕적 판단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집단동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진행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반대자에게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CEO는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우리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하는 이러한 심리적 힘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그 힘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 감추어진 힘의 세계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뿐입니다.
글 : 송경근 (하나컨설팅 대표)
오리 브래프먼
경영컨설턴트, 조직전문가. UC버클리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세계평화와 경제개발을 위해 일하는 1,0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 네트워크를 공동출자했으며, 현재 중동, 아프리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정부기관, 군 조직, 대학, 비영리단체를 두루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 및 강연을 펼치고 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으며, <어 홈 위드인>과 <플렉서스 인스티튜트>의 이사회에서 일하면서 비영리단체의 자선사업을 돕겠다는 평생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불가사리와 거미》(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