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으로

[스크랩] 비양도

nagne109 2012. 4. 27. 10:31

주말 고향 친구들과 제주도에 간 김에 비양도를 찾았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빤히 건너다 보이는 비양도는 오고 가는 배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여 그간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이 날은 아침 일찍 한림항으로 가서 9시 배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비양도 가는 배는 아침 9시에 한 번, 오후 3시에 한 번..이렇게 두 번 뿐이다

2-3일을 예정하고 제주도에 가서 하루를 온통 비양도 구경으로 때우기는 좀 그렇다.

그래서 그간 미루어둔 비양도를 이번 기회에 답사하기로 했다

 

한림항에서 비양도는 불과 15분이면 닿는다

섬을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비양도를 바라 보면서 마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뱀>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높은 비양봉이 114M로 사진에서 보듯이 꼭대기에는 등대가 있다

섬을 돌아 걸어 가노라니 처음에는 초등학교의 분교가 보이고 이윽고 섬 속의 호수인 '펄랑못'이 나타난다

못 주위로는 나무로 데크를 만들어 주위를 둘러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이 못의 물은 바닷물이라고 한다. 못에는 새들이 날아와 쉬고 있었다

 

비양도에서 고현정이 나오는 <봄날>이라는 드라마를 찍었다고 기념물도 만들어 놓았는데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니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드라마에서 이 펄랑못이 나왔다고 한다

못을 지난 다음에는 '애기업은 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가 보인다

마치 여인이 아이를 업고 있는 형상인데 높이가 8M라고 한다

제주시의 용두암이나 서귀포의 외돌개처럼 제주 곳곳에는 이런 기암들이 보인다

 

섬의 뒷편에는 울릉도의 공암孔岩처럼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그 부근에서 비양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비양봉으로 오르다 보니 정상 아래에 큰 분화구가 있다

비양도는 우리나라 섬 가운데에 유일하게 그 나이를 알 수 있는 섬이다

즉 역사책에 비양도가 생긴 연도가 나와 있는 것이다

고려 목종 시절인 1002년, 화산이 터지면서 바다 속에서 섬이 솟아 올라 왔다

사람들은 없던 섬이 생기는 것을 보고 어디에서 날아(飛) 온(揚)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이름이 비양도飛揚島가 되었다

2002년 제주도에서는 비양도가 생긴지 1,000년이 되었다며 생일행사를 치르고 그 취지를 비석에 새겨 비양도 입구에 세워 두었다

 

비양도의 분화구 속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양도에서만 자라는 비양나무가 있다

나는 분화구 속에 들어가 보지를 못하여 비양나무를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다른 곳에서 사진을 퍼 왔다

사진은 잎보다 먼저 꽃이 핀 모습이다

이 나무는 원래 일본의 어느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아마 새가 이 나무의 열매를 먹고 비양도에 씨앗을 퍼뜨린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다

 

비양도 정상에서 보면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 일원이 보인다

제주도 서쪽 끝에 있는 차귀도와 와도의 모습도 보인다. 반대쪽에는 일망무제의 바다. 마침 날도 그지없이 맑아 장쾌한 풍경을 연출하였다

비양도에는 차가 없다. 아마 섬이 너무 작아 차가 필요하지 않은 모양이다

배도 승선인원이 10-2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자전거도 싣지 못하게 한다

 

섬을 일주하고 비양봉 꼭대기까지 다녀 와도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양도에 오면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을 먹어 보아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으로 보말죽을 먹었다

'보말'은 제주 바닷가에서 잡히는 작은 고둥이다

맛이 훌륭하여 동행한 친구들이 모두 탁월한 선택이란다

 

3시에 나오는 배를 기다리기에 지겨워 식당 주인에게 방도를 물으니 5만원이면 배를 전세내어 데려다 준단다

그래서 전세낸 배로 비양도를 떠나 왔다

 

 

 

출처 : 정유회(57년생 꼬들의 합창)
글쓴이 : 은행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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