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으로

정자 전쟁(로빈 베이커)(퍼온글)

nagne109 2011. 3. 11. 23:52

'정자전쟁'의 제목을 보고 고등학교 성교육시간에 보던 비디오의 화면을 떠올렸다. 비디오에서는 정자가 여성의 체내로 들어가 난자를 만나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달성하는 한마리의 영과을 얻기 위해 쉴세없이 헤엄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정자 전쟁'이란 제목을 보고 그런 모습을 전쟁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책 설명을 보고 바로 생각을 수정 했지만..^^
이책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들이 얼마나 어설픈것이었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태어나게 된 신비로운 과정이 담겨진 내 머릿속의 필름은 어린 아이들에게나 보여줄 단순한 자료들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신비롭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인체의 신비는 신비롭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태어나고, 또 나의 다음을 이어갈 세대들이 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과정을 신비롭다는 말이 아닌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것 같다.
남성의 정자 가운데서 직접적으로 한 생명을 탄생시킬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1%로 안된다는 점과 여성의 몸속에서 보다 우수한 정자를 선별하여 떨어지는 녀석들은 차단시켜버리고 어떤 녀석들은 용기를 북돋아 준다는 내용들. 그리고, 여성의 몸속에 다른 정자가 있을때 두 정자는 전쟁을 벌이게 되는데, 이때 다른 정자를 가로 막는 방패막이, 독으로 다른 정자를 공격하는 정자잡이, 수정을 위해 달려가는 난자잡이등 자신의 역할을 나누어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자들의 움직임을 접했을때는 신비로움을 넘어선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책은 그런 신비로운 과정을 정말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과학분야의 책이게에 사실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겠지만, 책의 내용들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저자는 이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다른 생물들의 생태를 연구했고, 동물학과 재학생들에게 자원을 받아서 직접적인 성관계를 관찰하며 연구했다고 한다. 옮긴이 이민아씨의 말대로 그의 실험실 비커안에는 각종 성관계를 통한 남성들의 정액과 여성의 분비물로 채워져 있던 것이다.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긴 하지만 책을 위한 그의 노력을 알수 있게 해준다.
그런 노력으로 이 책은 37개의 사실을 담은 장면들을 보여주고 내용을 설명한다. 이 37개의 장면들은 너무 사실적이라 협오감을 줄수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 책을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태어나는 생명중에 10%는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다.
정말 '놀랄 노'자였다. 남성들의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한 여자가 아닌 여러명에게 끌리게 된다는 내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성들도 보다 나은 유전자를 위해서 다른 남성에게 끌리게 되고 외도를 하게 된다는 내용은 조금 놀라웠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는 내용이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보다 나은 자손을 만들기 위해 발전해왔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외도나 바람이라는 내용들은 언제나 남성쪽에 초점을 맞추어 전파되고 그런 면들만 접하게 되다보니 여성의 그런 면들은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여성들은 보다 나은 자손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력적인 남성에게 끌리게 되고, 그런 만남으로 가진 상대의 아이를 임신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인간은 최고의 결과를 얻기위해서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성과 많은 관계를 갖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또 책은 강간이나 매춘, 동성애등 정상적이지 않은 성관계에 관한 내용들도 다루고 있어 한층 더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과학서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정자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면을 많이 다룬다. 이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끌리는 행동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동물적인 관점에서 보고 분석한 내용이다.
인간은 스스로 각을 할수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수 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동물적인 면만 이해하고 외도를 정당화 한다면 스스로 인간이기를 져버리는 행동일 것이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난다. 그 생명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전쟁은 끊임없이 이루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자전쟁'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까지 치열한 과정을 거치는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우리들은 인식할수 없지만 수많은 과정과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것이다.
이 세상에 숨쉬고 있는 우리 모두는 위대한 승리자인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