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무 이야기-후박나무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글에는 후박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뜰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후박나무 잎들을 주워 내면서 세워의 덧없음을 안으로
새기는 요즘, 내 자신도 언젠가는 이런 낙엽이 되어 흙 속에 삭아질 거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래서 후박나무라는 이름은 퍽 익숙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무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후박나무라고 불리는 나무가 2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후박(厚朴)이라는 나무와 후박(厚薄)이라는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다
앞의 후박(厚朴)은 엣날부터 우리나라에 있던 것이고 뒤의 후박(厚薄)은
일본목련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앞의 후박(厚朴)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후박나무는 잎이 두텁고 윤기가 나며 긴 타원형으로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다
잎의 모양을 보아서 짐작이 되듯이 이 나무는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키는 20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줄기의 껍질은 노란색이 섞인 회색으로 비교적 매끈한 편이나 오래 되면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떨어진다
꽃은 황록색으로 피고 열매는 흑자색으로 작고 둥글다
새 순은 적갈색으로 나오다가 녹색으로 바뀌는 것이 특이하다
후박나무는 녹나무과(科)로 녹나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녹나무는 여러 가지로 주목을 끄는 나무이고 제주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꽤
중요하게 여겨진 나무라 별도로 검토할 생각이다
후박(厚朴)나무는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후박나무는 나무 껍질이 귀중한 한약재(감기, 이질 등)로 쓰였고
껍질과 잎에는 점액질 성분이 있어 이를 빻아 물에 반죽하여 향을 만드는데
사용하였으며
목재는 팔만대장경의 재료로도 쓰일 만큼 다양하게 쓰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조경수로서, 해안 가의 방풍림으로서도 역할을 한다
울릉도에도 후박나무가 많다고 한다
후박나무 껍질을 엿 고을 때에 넣어 이를 후박엿이라고 하였는데 나중 이것이
호박엿으로 불렸다
결국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호박엿에는 호박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는 울릉도 후박엿으로 불러야 하나?
참, 법정스님이 불일암에서 기르던 나무는 여기에서 말한 후박인지, 아니면
일본 목련인지 궁금하네.
<뜰에 어지럽게 나뒹구는 후박 잎을 주워 낸다>는 표현으로 보아 일본목련인
것 같기도 한데
식물에 조예가 있는 스님이 후박과 일본목련을 구분하시지 못할 리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