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무 이야기-복숭아나무
내 고향 청도에서는 복숭아가 요즘 한창 출하 중이다
오늘은 고향으로 가서 복숭아를 사 가지고 왔다
복숭아는 열매 이름이고 보통 꽃은 복사꽃이라고 한다
봄에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화려하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라는 노래에 나오듯이 대표적인 봄꽃이다
나는 복사꽃이 피는 철이면 의례 고향에서 하루 밤을 보내며 복사꽃 완상을 한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듯이 내 고향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복사꽃은 집 안에 심어두면 처녀들이 바람이 난다고 할 만큼 선정적이다
여북하면 바람난 여자를 두고 도화살(桃花煞)이 끼었다고 하였을까
분홍의 복사꽃은 분명 사람을 달뜨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봄 밤만 하더라도 사람을 달뜨게 하는데 분홍의 복사꽃까지 만발한 봄 밤은 청춘남녀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매혹이 있었다
선정적인 잡지를 桃色잡지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복사꽃은 이상향을 가리키는 의미도 있었다
무릉桃園도 복사꽃이 피는 곳이라는 뜻이고
이 백의 시에 나오는 <도화유수묘연거 별유천지비인간>에도 桃花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서유기의 손오공도 天桃를 훔치다가 부처님의 벌을 받게 된다
복숭아는 달고 시원한 맛이 있는데다 그 모양도 여체의 둔부나 가슴을 연상시키는 점이
있어 이래저래 매력적인 과일이다
이상화의 시에도 수밀도같은 가슴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水蜜桃가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물이 많은 복숭아의 한 종류이다
복숭아는 나무 모양이 그리 키가 커지지 않고 넓게 퍼지는 꼴이라 따먹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열매 표면에 털이 있어 수확하기에 힘이 드는 과일이다
또 씨가 커서 무게도 많이 나가는 과일이다
지금은 평지에도 많이 재배를 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주로 산지에서 재배하였던
탓에 수확철에 털이 있는 복숭아를 따서 지게에 지고 산을 내려 오노라면 간지러운 데다
덥고 위험하여 아주 죽을 맛이 난다고 하였다
또 비교적 저장이 어려운 과일이라 오래 두고 먹을 수가 없어 백도, 황도 통조림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복숭아에 농부들의 그런 수고가 있었음을 기억하고
요즘 한창 출하되는 복숭아 맛을 즐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