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으로

[스크랩] 나무이야기-모란

nagne109 2011. 2. 24. 04:42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미인이 꺾어들고 창 앞을 지나며

 

살짝 웃음띠고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낭군이 짐짓 장난삼아

"꽃이 당신보다 더 예뻐구려"

 

미인은 그 말 듣고 토라져서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꽃이 저보다 더 예뻐다니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이규보 <꽃을 꺾어> 전문

 

어린 시절 처음 모란을 보았을 때에 아니 정확히 말해 이 꽃이 모란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

나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느낀 청순미, 은근미를 가진 꽃이 아니라 농익은 아름다움을 풍기는 40대 여인을 연상하는 그 모습에 저으기 실망하였다

꽃도 크고 그 검붉은 색깔이라니...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그 넉넉함을 몹시도 사랑하였던지 "꽃의 왕"이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병풍에도 베갯머리에도 모란 그림을 그려 넣었다

 

모란은 중국의 '목단'이 발음하기 좋게 모란으로 바뀐 것인데 뿌리에서 새 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수컷을 연상시킨다 하여 <목>자를 붙였고 색깔이 붉다 하여 <단>을 붙인 것이라 한다

이름 그대로 중국에서 들어 온 것인데 신라 진평왕 때에 당 태종이 꽃그림과 함께 씨앗을 보내 왔다고 한다. 당시 공주였던 선덕은 꽃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라 하여 연유를 물었더니 꽃에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다고 하였고 이는 선덕의 예지를 드러낸 말로 전해온다

일설에는 진평왕 때가 아니라 선덕여왕 시절에 들어온 것인데 당 태종이 선덕이 혼자 사는 것을 조롱하여 <나비없는 꽃>을 그려 보냈다고도 한다

 

그러나 분명 모란은 향기가 있고 나비도 날아든다

화투의 6이 모란인데 그 모란에는 분명 나비 2마리가 그려져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모란의 그 화려함, 넉넉함이 사랑스러워졌다

우리 밭에도 모란이 아주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는데 어느 해 가을 도둑이 들어 모란을 뿌리째 가져가고 말았다. 그래서 모란을 볼 때마다 내 모란은 어디로 가서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시 모란을 구해 심어야겠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란을 보고 싶다

그리고...

여인이 묻는다면 모란보다 당신이 예뻐다고 해야겠다

 

 

 

출처 : 김천경맥회
글쓴이 : 홍진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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