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된 나그네의 개꿈이야기
나그네의 꿈 이야기
첫째 이야기
1970년대 어느 가을날. 한 사나이가 밤 12시가 넘어 과속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아들의 담임을 만나 1차, 2차, 3차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다. 도심의 가로등이 한가롭게 졸고 있었다. 커브 길을 돌아가고 있는 중에 맞은편에서 대형트럭이 쌍라이트를 켜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순간 길가에 내어 놓은 쓰레기통과 충돌하였다. 연탄가루와 쓰레기들이 뿌옇게 날리는 가운데 사나이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그 순간 또 다른 자기가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슬로비디오로 또렷하게 보였다. 동시에 자기가 살아온 순간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한 순간에 확 지나가고 있었다. 아스팔트에 큰대자로 떨어진 사나이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안전모가 짝 갈라져 있었다. 앞부분이 구겨진 오토바이를 지나가는 방위병의 도움을 받아 골목길로 끌어다 숨겼다.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양쪽 다리가 피투성이고 오른 쪽 발등이 골절이 된 채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어 외과에 가서 치료받고 깁스를 했다. 그 사나이의 오른 발등은 지금도 볼록하고 엄지발가락 옆에 뼈가 튀어나와 있다. 술이 한잔 되면 가끔 나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 사나이는 그것이 꿈인지 생신지 구별을 못하면서 그 때 죽지 않은 것을 감사해 하면서 살고 있다.
둘째 이야기
1980년대 어느 초여름 날. 남교사와 여교사가 운동장 나무 그늘 밑에서 태극검24식을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 남자가 사부님이고 여자는 제자처럼 보였다. 남자가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는 순간 하늘에서 실비처럼 하얀 것이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에 헛것이 보이는가 싶어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은빛을 뛴 가느다란 것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사방을 휘둘러보아도 하얀 실비 같은 것이 보였다. 이것이 에테르(ether)인가?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10여분 정도 보이다가 한 시간 정도 안보이다가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미친 놈 취급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 다음날도 이런 현상은 계속되었다. 태극권과 군다리니요가를 열심히 수련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특이현상이 자기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두 번 다시 하늘에서 은빛 가느다란 줄기가 내리는 현상을 볼 수가 없었다. 꿈결에 척추에서 무슨 기운이 꿈틀대어 화들짝 놀라 일어나기를 몇 번인가 경험했다. 축기는 되었는데 운기를 하지 못해서 일어났던 일이였는가? 옥침을 뚫지 못해 소주천이 허사가 되고 말았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면서 지금도 그 사나이는 꿈속을 헤매고 다닌다.
셋째 이야기
1990년대 어느 섣달 그믐날. 눈이 푸짐하게 내렸다. 한 사나이가 민주지산을 오르고 있다. 정상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니 새파란 하늘만 보이고 산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북쪽으로는 가까운 곳에 높은 산이 없는 탓인가? 속리산이나 서대산 정도는 보일법도 한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천평선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주위에는 바람 한 줌 없었다. 남쪽으로는 덕유산 스키장의 실크로드가 보일 정도로 청명한 날씨였다. 황악산이 바로 코앞에 있었고, 가야산 금오산 수도산 등이 보였다. 눈밭에 들어 누어 하늘을 보는 순간 사나이는 자신을 잃어버렸다. 자기가 우주 공간에 둥실 떠다니며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태고의 정적을 체험하고 있었다. 우주의 침묵을 경험하고 있었다. 무엇이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에 휩싸여 그대로 넋을 잃어버렸다. 짧은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보고 잠에서 깨어났다. 이일이 꿈인지 생신지 분별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비몽사몽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사나이가 다음에는 무슨 황당한 개꿈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줄지 궁금하다. 그 사나이의 모습은 아래 사진과 비슷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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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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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해 (soonhaepark) |
신비로운 순간을 체험하셨군요. 한산께서 한 말씀 있으시면 좋겠는데..... | (2008-01-07 08:3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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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덕 (dasol46) |
이 사나이의 황당한 개꿈 이야기의 후속편이 대단히 궁금해진다. | (2008-01-07 11:0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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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 (skyeebag) |
돈오돈수!? 점오점수!?일순간에 거울이 맑아지리라 믿습니다. 대오각성하십시요!!! | (2008-01-07 20: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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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사람은 자주 이런 일을 경험하지만 즉시 억압 혹은 회피해버리므로 잘 의식하지 못하는데 그런 신비한 경험을 의식하게 된 사람은 에고(ego)의 바깥에 눈떠서 道 瞑想에 관심을 가진다고 현대심리학은 말합니다. | (2008-01-08 01:0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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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그것은 축복이기도 하고 반대로 재앙이기도 합니다. 에고를 넘어 眞我를 찾는 계기가 됨은 축복이지만, 현세의 名利에는 무관심해지는 것이 재앙입니다...ㅋㅋㅋ 그 둘을 한꺼번에 가질 수가 없는 것이 운명입니다. | (2008-01-08 01:1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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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지금까지 나그네가 은연중에 道 瞑想에 관심을 가진 것을 느꼈지만 그 내막은 알 수 없었는데, 오늘 이 글을 보니 비로소 자초지종이 잘 이해가 됩니다.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자산이지만 반면에 또 고독한 | (2008-01-08 01: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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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內省의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ㅋㅋㅋ 眞我를 찾는 구도객은 불안을 벗지만 고독해지고, 名利를 찾는 世間人은 불안하지만 고독은 면하고... 완전은 결코 없으며, 선택이 남았을 뿐입니다. | (2008-01-08 01:2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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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특이한 점은 불안은 이해가 어렵지만 고독은 이해가 쉬워서 구도객은 천대와 외면을 받기 쉽습니다. 반면에 불안은 소모적이고 고독은 창조적이어서 구도객은 내면에서 自足을 느낍니다...ㅋㅋㅋ 완전은 없읍니다. | (2008-01-08 01: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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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그런데 크게 보면 불안은 퇴영적이고 고독은 전진적이어서 인류문화는 항상 불안에 감연히 맞서면서 고독에서 영감과 성숙을 얻으면서 발전해왔습니다. 불안은 나와 너를 구분하고 세상을 경계하지만, | (2008-01-08 01: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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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고독은 자타一如, 인류一如, 천지一如로 나아갑니다. 유명한 백장선사(唐)에게 가장 신기한 일을 물었더니 '獨坐大雄峯(대웅봉에 홀로 앉아 있음)'이라고 대답했는데, 인간의 기개를 잘 드러낸 명답으로 꼽힙니다. | (2008-01-08 02: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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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獨坐大雄峯... 너무 흔하고 평범하지만, 또 생각하면 실로 이것만큼 놀랍고 대단하고 신기하고 귀중한 일은 다시 없습니다...ㅋㅋㅋ 연약한 인간은 이런 심성과 의식으로 광대한 우주도 가볍게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 (2008-01-08 02: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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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영 (nagne) |
선지식의 한 소리 귀담아 듣겠습니다. | (2008-01-08 06: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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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어젯밤 여기에 댓글을 쓰고 바로 잠들었는데 꿈에 모처럼 저의 핵심적 소망이 선명히 드러났음을 느끼면서 깨어났습니다. 의식의 밑부분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숙련이 되어야 감지하고 의미를 알게 됩니다. | (2008-01-08 11:2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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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현대심리학은 이미 이런 경험을 '의식의 확장' '제3의 의식상태' '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으로 이름짓고 정식의 분야로 수용하고 연구하며, 1960년대부터 압도적인 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2008-01-08 11:3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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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한국에는 이런 경향과 흐름이 1980년대 초중반부터 소개되었던 탓으로 50대 이상 세대만 도통 모를 뿐 그 이하 세대는 상당히 압니다. 한국인의 자질과 전통문화가 이런 점에서는 단연 세계최고이므로, 앞으로 | (2008-01-08 11:3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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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21세기에는 세계의 문화중심권으로 부상하여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의식의 확장'이 일어나면 곧 자기를 알고 우주를 포용하는 道人 超人이 되는 후천개벽이 일어나고 지상낙원이 출현합니다...ㅋㅋㅋ | (2008-01-08 11:5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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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한국인은 저를 포함하여 백여년 전 강증산이 남긴 이런 mega vision을 들으면 황당하다고 즐겁게 웃지만 서양인은 오늘날 열심히 이런 것에 관심을 갖고 그 도래를 확신하면서 실현을 위해 노력합니다...ㅋㅋㅋ | (2008-01-08 11:5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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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현대심리학이 公證한 '의식의 확장'은 에고(좁은 고정의식)만 알았던 종전의 서양문화 전체를 뒤흔들면서 眞我(광대유동의식)에 터잡은 동양문화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었으며, 寄附문화의 확산도 그 탓 같습니다 | (2008-01-08 12: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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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하바드대학교 심리학교수였던 바바람다스는 직접 마리화나를 피워 '의식의 확장'을 유발하려고 노력했지만 지속성이 없음을 알고 사표를 내고 인도로 가서 구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의식의 변화 혹은 확장'은 | (2008-01-08 19:5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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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현대의 서양인에게 콜럼버스의 신대륙의 발견 못지 않은 새로운 약속의 땅, 획기적인 이정표, new vision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라도 에고 바깥의 체험은 못하고 개념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2008-01-08 20:0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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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그런데 나그네는 그런 체험을 여러 번 했으니, 이미 에고는 오래 전에 균열되고 그 틈새로 바깥의 眞我世界(本地風光)와 교감하는데 다만 활짝 열지 못한 것 같습니다. 萬金의 보물도 완전히 손에 넣고 자유자재로 | (2008-01-08 20:2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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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써야 비로소 효용이 있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ㅋㅋㅋ 어쨌든 이런 일을 알고 이해가 보다 깊어지니 전보다 마음이 편해집니다. 역시 물리적 접촉보다 정신적 이해가 소중하네요 | (2008-01-08 20: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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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위의 글에서 "꿈인지 생신지 분별을 하지 못하고 비몽사몽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구절이 매번 나왔는데 공감이 가며, 바로 좁은 에고를 透脫하여 넓은 바깥세계에서 집착없이 流動的으로 사는 자연의 삶 같습니다 | (2008-01-08 20:5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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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꿈인지 생신지, 좋은지 나쁜지, 옳은지 그른지, 어느 것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마치 구름위를 걷 듯이 둥둥 떠서 이리저리 부대끼며 사는 것이 집착이 없는 超脫한 삶 같습니다.불안을 받아들여 불안이 없는... | (2008-01-08 21: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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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욱 (neupsy) |
참호보다 더 단단한 에고의 방호벽속에 웅크려 평생을 사는 사람이 보면 우려와 경멸의 시선을 보내겠지만, 자신이 먼저 그렇게 해야만 타인이나 사물도 그렇게 해서 교류가 생기고 공감도 느껴 天地一如가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