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호 타이완여행
동성회 타이완 여행
1. 일시: 2009년 2월 12일 ~ 2월 15일(3박4일)
2. 여행지: 대북(타이페이)→화련→야류
3. 참가자: 회장 한충언. 권경. 김능수. 박순해. 이광희. 이상규. 박승은. 정병영.
도재욱 부부. 안재수 부부. 홍진영 부부.(14명)
타이완 여행은 동성회가 3년 전부터 계획한 것이었고, 갈 때는 많은 46동기생들과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4명의 회원들은 참여하지 못했고 다행히 홍진영 부부와 박승은 동기가 동행하여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여행이 되었었다.
‘길을 떠나는 자 행복하여라.’(부산 갈매기 장정호)(2월12일. 목)
우리 친구들은 길을 나섰다.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는 마음은 항상 들뜨고, 들뜬 마음이 있을 때가 행복한 때가 아닐까?
중화항공은 대구공항에서 20:15 출발했다.
하현 달로 넘어가는 또렷한 달이 비행기 창밖에 오래 걸려 있었다. 이상규는 칠흑 같은 밤바다에 고깃배 불빛이 북두칠성을 이루어 있어 신기하다며 길조라고 했다.
22:05(현지 시간. 시차 1시간 늦음)타이완 중정공항에 도착했다.
이 첫날은 호텔에 들어가는 게 다지만, 짐만 풀고 나서 모두 총무 이상규 방에 모여서 가지고 온 오크 소주랑 팩 소주랑 복분자 술이랑 닥치는 대로 마시며 여기가 타이페이임을 확인했다. 한 사람 두 사람 각기 자기 방으로 가고 나서도 술에 애착을 가진 진영 승은 상규 나는 새벽 4시까지 오랜만에 만난 기쁨을 빨갛게 떠들어댔다.
화련 협곡의 거칠고 웅장한 모습 조망(2월13일. 금)
08:00 호텔을 나서서 버스에 올랐다. 열차편으로 화련으로 가기 위해서다.
타이페이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스쿠터가 많다.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설 수 있도록 선이 그어져 있고 붉은 신호등이 켜지면 수백 대가 몰려선다. 역시 세계1위의 오토바이와 스쿠터 왕국이다. 125cc 스쿠터도 있어 인기란다. 달릴 때 보면 여자가 남자를 안으면 연인이고 부부간에는 잘 잡지 않는단다.
차는 일본차가 많고 그 중 토요다 차가 제일 많이 보인다. 현대차는 ‘투산’이 좀 팔렸는데 배용준이 광고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가이드는 한류를 소개하며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대장금’의 이영애는 국민 훈장을 주어야 한단다. 이 두 사람 때문에 한국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모른단다.
자강호 열차는 화련으로 가고 있다.
우리 일행 좌석이 한 불록을 이루고 있으니 떠들지 않을 수 없고 또 대화를 윤기 나게 하려니 팩 소주가 등장할 수밖에. 더욱이 홍진영 사모님은 직접 가지고 오신 마른 멸치와 귀한 메뚜기안주를 주셔서 소주 소비량이 더 많아 질 수밖에 없었다.
술이 들어가니 이광희가 영어를 한다. “How much thank you I don't."(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식당 이야기가 나오자 ”영천 시청 앞에 아주 헐게 파는 식당이 있는데 상호가 ‘곧 망할 국수 집’이 있는데 20년째 봐도 안 망했더라.“
승은이가 “조금 전에 길거리에 보니 모텔이름이 ‘One more time'이라고 있던데 대만 사람들이 화끈한 면도 있어!”이런 저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심심치 않았다.
우리는 열차에서 내려 버스 편으로 화련 협곡으로 가고 있다.
타이완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합친 면적으로 70%가 산이며 화련은 타이완에서 제일 큰 현으로 대리석과 비취, 옥이 많이 나는 돌산지라고 한다. 대리석은 앞으로 500년 이상은 더 켈 수 있단다.
보통 키에 눈이 조금 튀어 나온 듯한 유학은(柳學恩)가이드는 차분히 미소를 머금고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다.
타이완은 지진과 태풍이 많단다. 지진은 크고 작은 것이 지진계에 연중 5만개쯤 잡히고, 태풍은 연중 10개 전후. 화련 쪽으로는 필리핀 또는 괌에서 올라오는 게 많단다. 비를 몰고 오는 태풍은 하루 강우량이 950mm 온 적도 있단다.
어느 땐가 태풍이 왔다가 바다 쪽으로 사라졌는가 했는데 예상 밖으로 다시 육지로 되돌아와서 피해를 많이 끼쳤단다. 이때 승은이 “왜 다시 왔는데?”하고 가이드에게 물으니 가이드가 그 황당한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으니까 눈웃음치며 조금 있다가 “아버님은 그만 배타고 돌아가시죠.” 하며 맞받았다. 이때부터 가이드는 엉뚱한 우리의 질문이나 동문서답이 나오면 “아버님은 배타고 돌아가시죠.” 또는 “기륭 항에 가서 뗏목 타고 가셔야 되겠습니다.” 등 이렇게 받아주는 게 재미있어서 우리들은 틈만 나면 가이드를 놀려대고, 가이드는 또 정중하게 장난 끼 있게 맞받아 주어 여행 기간 내내 웃음을 주었다. 센스 있는 가이드였다.
김능수가 “타이완이 어떻게 생성된 섬나라인가요?”또는 “중국의 ‘대리(大理)’는 대리석이 많이 나서 붙여준 이름이라고 하는데 맞나요?”하고 물었을 때도 모르고 설명이 어려우니까“지질학자님은 배타고 가셔야겠습니다.” 이런 식이었다. 가이드라고 다 모른다는 뜻이다. 아직도 중국의 ‘대리’가 대리석 산지인지 아닌지 해결이 나지 않은 느낌이어서 어디 알아봐야겠다.
때로는 가이드 자신의 설명이 틀려 우리가 항의 하면 “아이 참. 내가 배타고 제주도로 가겠습니다.”하고 항복할 때도 있어 은근히 정이 가는 가이드였다.
그 외에도 우리 친구들은 그 때 그 때 엉뚱한 조어(造語)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많았는데, 엉뚱하고 기발한 말로 정말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은 권경이었다. 예를 들면 누구가 “‘병 따까리’를 영어로 하면 뭐지?” 했을 때 영어 잘한다는 승은이가 멈칫멈칫하니까 종이에 ‘disease(病)boss(頭)'라고 확 갈겨 써 보이니 승은이 권 경에게는 손을 들었단다.
해단식 때도 “CD를 굽는다.”하니까 상규가“CD가 안주가? 맛있나?” 이렇게 엉뚱하게 되물었다. 그러면 우리는“아버님은 배 타고 가시죠.”이렇게 가이드 흉내를 내며 웃고 즐거워했었다. 여하튼 …배타고 가시죠.는 이번 여행의 재미있는 유행어였다.
원주민 아메이족(阿美族)의 민속 쇼에는 상규. 능수. 내가 선발된 죄로 조그만 대리석 속의 사진 한 장 찍히고 각각 400 타이완 딸라(18,000원)를 주었다.
국립태로각(太魯閣) 협곡 약 20km는 버스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이 잘 닦여져 있었다. 협곡의 웅대한 스케일과 박력 있는 경관은 정말 장관이어서 볼만 했다. 이 협곡 일대는 3년 9개월 동안 손으로 길을 뚫었다고 한다. 기계를 사용하면 울림으로 균열이 생겨 산이 무너질까 봐. 사상자도 많았단다. 철책 아래의 단애 밑으로 흐르는 물은 석회가 녹아있어 청자 빛 색깔이었는데 내려가 만지고 싶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연자구 600m를 산책한 후 가이드가 퀴즈를 냈다. “사방을 둘러보고 타이완 영토 모습을 찾아보세요?” 누군가 답을 빨리 맞췄다. 협곡을 이룬 높은 산에 싸여 있는 오목한“하늘”이었다. 재미있었다.
석식 후 자강호 열차는 타이페이로 귀환했다.
한충언 회장은 버스 속에서 준비한 깜짝 이벤트로 2008년 동성회 개근상을 수여했다. 회장 자신과 권경. 정병영에게 알람시계를 주었다.
다음으로 김능수가 마이크를 쥐고 Y담을 늘어놓았다. 유비무환(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 한의사가 싫어하는 것은? -밥이 보약이다. 약사가 싫어 한 것은?-세월이 약이겠지요. 등등
호텔에 도착한 얼마 후 도재욱 원장이 왜 갑자기 목이 말랐는지 맥주 사러 나왔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지라 안재수를 비롯한 6명의 용사들은 호텔 앞 ‘추억 만들기’라는 주점으로 몰려갔다. 폭탄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새벽 1시 30분에서야 침대에 들 수 있었다.
야류 지질 공원과 고궁 박물관(2월14일. 토)
야류(野柳) 해상 지질공원으로 가는 길에 안개 낀 기륭(基隆) 항구를 거쳐 갔다. 기륭은 연중 강우량이 4000mm로 비와 안개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기륭 공원에 올랐다.
높은 석가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하고 평화롭고 한가로운 항구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속에서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병영이가 광희의 소중한 국보급 물건을 쥐고 당기는 듯하고, 광희는 잡힌 게 아픈지 엉덩이를 뒤로 빼고 뱅뱅 돌고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봐도 평소와 달리 병영이의 승리 같았다.
내용을 알고 보니 광희가 병영이를 불러서 놀이용 작은 자동차에 병영이를 앉혀서 놀려 먹으려 했는데, 이를 병영이가 눈치 채고 몸을 낮춰 조심조심 다가와 보니 광희의 동대문이 열렸는지라 잽싸게, 아주 잽싸게 동대문 속으로 손을 넣어 물건을 쥐었으니 광희가 기겁 할 수밖에! 빙빙 돌며 겨우 뿌리치며 살았다는 그 표정이 아주 측은해 보였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변명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종군 기자인 한충언 회장이 이 광경을 스냅으로 재빨리 찍어 특종 감임을 만천하에 선포한 것이다.
이 번 여행에서 기고만장한 이광희가 이 사건만 이야기하면 병영에게 기가 죽으며 “병영이도 쥐구멍에 볕 들 날 있네.”할 뿐이었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가 상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특이한 풍경을 보았다. ‘빈랑(檳榔)’이라고 하는 껌과 같은 열매와 잎을 파는 아가씨란다. 초록 잎과 열매는 씹어 뺃으면 붉은 색이다. 약간 중독성이 있어 자주 씹는 사람이 많단다. 가이드 서비스로 씹어보니 덤덤한 맛이었는데 상규는 당장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마약 성질이 있는 게 아닌가했다.
야류 해상공원은 자연의 힘과 파도의 침식에 의해 생성된 기암괴석이 많이 있어 이름도 다양하다. 女王頭. 美人頭. 海花石 등등 바위 마다 모양 따라 이루 헤아릴 수 없도록 이름이 많다.
클레오파트라 머리 형상 앞에서는 개인적으로 한 장씩 기념 촬영을 했다.
우리는 또 가이드를 놀려대려고 엉터리 지질학자가 되어 저건 공룡 똥이제?(광희), 저건 공룡 알이제?(재수), 고인 물은 공룡 오줌이라 했다. 또 태풍이 불어 클레오파트라의 목이 부러진다면 기브스를 해야지 하는 능수의 말에 가이드는 여지없이 “지질학자님은 역시 훌륭하셔서 배 대신 뗏목을 타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고 한다.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는 말이다. 중국의 대리라는 지명이 대리석이 많이 나와 대리라고 한다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굽히지 않는 가이드를 보고 혀를 내두르는 능수는 그래도 가이드와 더 친해진 것 같았다.
타이페이로 다시 돌아온 우리들은 아시아 최고 건물 101층 중 89층 전망대에 올라 한국어로 설명하는 이어폰을 귀에 대고 시내를 조망했다. 또 88층에 가서 코끼리 130여 마리의 무게인 600톤짜리 노출된 추를 보기도 하고, 37초 걸리는 9000만 불짜리 엘리베이터를 타며 시간도 재 보았다.
충렬사 초소 경비 교대식을 본 후 우리는 고궁 박물관에 들어갔다.
이번 여행의 꽃은 이 세계 4대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특히 권경은 여행 출발 전부터 이 박물관을 구경하는 것에 마음이 무척 들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책도 몇 권이나 사서 쇼핑백 한 가득이었다.
여기 전시된 것은 청동기부터 7000년의 역사 유물인데 약 70만 점의 유물을 다 보려고 하면 약 13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유물들은 장개석 총통이 본토에서 좋은 것만 골라 옮겨 왔는데, 80%가 출토된 귀중한 유물들이라고 한다.
처음 본 것은 청나라 황실의 보물 함이다. 죽사전지번연다보격원합(竹絲纏枝番蓮多寶格圓盒).구도가 절묘하여 닫으면 원통형의 함이 되고, 옆으로 일렬로 펼치면 탁자 형 병풍으로 사용할 수 있고, 회전 시키면 사각형의 진열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져 작은 보물들을 흥미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에 감탄이 절로 났다.
청나라 때 만든 취옥 배추를 보았다. 신비로운 비취 색상에 맞추어 깍은 배추에는 메뚜기와 여치가 생동감 있게 조각되어 있었다. 혹 경매로 판다면 700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 한다. 그 외 80년 걸려 만든 불가사의한 상아로 만든 공(球). 공 안의 공이 16개. 기가 찰 노릇이다. 또 감람 씨앗 안에 사람 7명, 적벽부 300자 전문을 새긴 것. 등등. 하지만 시간이 없어 극히 일부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저녁 식사 때 깜짝 이벤트는 도재욱 원장부인 김 교수의 생일 축하였다.
도 원장으로부터 정보를 긴급히 접수한 한충언 회장이 급히 케이크와 금문고량주를 준비하여 우리 친구들과 식당 종업원들이 다 같이 세계 최고 애창곡인 "Happy birthday to you!"를 소리 높여 불렀으니 김 교수가 너무너무 감동할 수밖에!
야시장과 일곱 다신을 모신 용산사의 향내 가득한 경내를 둘러보고, 발 마사지로 오늘의 강행군 일정의 피로를 풀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는 또 타이완 마지막 밤이 아쉽다며 거리와 인접한 주점 밖에서 맥주와 다양한 안주를 시켜 한잔했다.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만들어 재수와 능수가 쏘았다. 정말 고맙고 모두 즐거웠을 뿐이고!
특히 홍진영이와 박승은은 건배사를 통해 이렇게 불러주어 고맙고, 여행이 의미 있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호텔에 와서도 총무라는 이유로 또 이상규(박승은과 같이) 방에서 2시까지 마셔댔다. 도원장의 주량에 겁이 나서 이광희 정병영이 도망가자, 도원장이 마무리 건배사. “타이완 마지막 밤도 깊어가고, 정도 깊어 가고, 술도 깊었으니 우리 모두 각 방으로 가자!” 혀가 조금 꼬부라졌던 것 같다.
중정기념관 관람 후 귀국(2월15일. 일)
중정(中正)은 장개석의 본명이다. 이 중정기념관은 장개석 총통이 서거한 후 1980년에 건립하여 대외에 개방했다. 기념관은 국부 손문의 유지를 받들어 공산당 타도를 위한 동정과 군벌 타도를 위한 북벌 및 일본에 맞서 8년 항전을 이끌었으며 중화민국의 현대화를 위해 생애를 바친 장중정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
장개석 총통은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다. 1943년 카이로 회담 때 미국과 영국에 대해 연합군이 승리하면 대만과 조선이 꼭 해방되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처음으로 한국의 독립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도록 해 준 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해방되었고, 타이완은 1946년 10월 25일 해방되었다고 한다. 우리보다 1년 늦은 것은 1년간 일본인들에게 시간을 주어 조용히 모두 일본으로 돌아가도록 한 후 해방했다고 한다. 사진 군데군데 장총통과 같이 김구의 모습과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기념관은 타이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지금은 국민들의 평생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번 여행에서 한충언 회장은 자기가 벌써 다녀온 코스의 여행 경험을 살려서 정말 세세히 기획하였다. 특히 세 부인을 위하여 복분자 술을 따로 준비했다든가(하긴 남자들이 다 먹었지만), 14일 발렌타이 데이를 위해 초코렛을 마련했다든가, 동성회 개근상 수여라든가, 개인에게 지급된 먹거리와 생활 용품 준비라든가, 이러한 것 외에 일정에 맞게 친구들이 여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써 주었다. 물론 총무 이상규도 회장을 잘 도와 수고했고, 안재수도 몇 번 다녀왔던 이 여행을 계획하는데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대구공항에 저녁 7시에 도착한 일행은 아쉬워 해단식 핑계로 공항 건너 편 식당에 가서 순대전골을 시켜놓고 여행을 되돌아보았는데 진영이 부부와 승은이는 김천과 서울로 갈 길이 멀어 중간에 떠나 보내야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재치 있고 설명을 열심히 해 주었던 유학은(柳學恩)가이드의 말 중간 중간에 “…배 타고 가시죠.”하는 말을 들으며 웃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엉뚱하고, 딴전 부리고, 싱겁기 짝이 없는 말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46천재들이 일상에 식상한 것일까. 또는 논리적인 것보다는 엉뚱하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에도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그냥보고 즐기며 웃으면 그만이라는 것일까. 정말 배를 타고 갈만큼 마음이 느긋해진 것일까. 이게 정말 나이 탓일까. 하릴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번 타이완 나들이는 협곡의 아찔함과 지질공원의 여러 형상과 고궁 박물관의 감탄스런 유물을 보는 한 편, 항상 웃음이 동반된 많은‘추억을 만들기’도 하여, 부산 갈매기 말을 빌려 정리하면 ‘길 떠난 46이는 행복하였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終
- 芳谷 -